🥟넷플릭스 <더글로리> 파트 2, 그래서 주방장의 별점은요.. 재미있을 만두 ><
만두 구독자들이라면 이미 다들 보셨으려나요? 3월 10일 더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되자마자 주방장도 부리나케 달려가서 하루종일 정주행 했어요. 미친 과몰입 모드로 살았던 주방장의 일주일을 이 곳에 조금이나마 옮겨봅니다 ^^ 쓰고나서 덧붙이는 말인데 더글로리로 인해 분량 조절을 좀 실패했어용 ^^; 많은 양해 부탁드리며.. 더글로리 단물 빠지기 전에 과몰입 할 분 상시모집합니다. 아줌마 구합니다. 연락 주세요. 많은 스포가 포함되어 있는 글이니 아직 안보신 분들은 조심하세요~
Part 1. 바둑, 신발, 날씨로 보는 <더글로리> 파트 2
(1) <더글로리> 속 바둑
동은의 복수는 바둑과 참 닮아있습니다. '상대가 지은 집을 부숴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파트 1에서 동은이 언급했었는데, 파트 2에서는 박연진의 집, 그러니까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부숴나가는 복수가 이루어집니다. 파트 2가 예상보다 밍밍하다, 라고 느껴진다면 그건 동은의 복수는 '모든 것을 한번에 부숴버리는' 복수가 아니라, 상대를 하나하나, 천천히 그리고 끈질기게 무너트리는 '바둑같은' 복수이기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둑은 복수 뿐만이 아니라 동은의 주변 이성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파트 2에서는 주여정과 하도영이 바둑을 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도영은 동은과 너무 닮은 기풍의 주여정을 보면서 주여정을 신경쓰고, 주여정은 동은이 바둑을 배운 이유였던 하도영을 신경씁니다. 주먹질 없이, 욕설 없이도 두 인물간의 대척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2) <더글로리> 속 신발
신발은 <더글로리>에서 인물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소재로 기능합니다. 동은의 집에서 마주친 하도영과 박연진. 박연진은 밖에서 신던 신발을 신은 상태로 동은의 집에 들어갔지만, 하도영은 신발을 벗고 동은의 집에 들어가죠. 신발을 벗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연진의 안하무인한 태도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동은과 연진의 대척 장면에서 동은의 '그 기회는 현관에 놓여 있던 누군가의 예의 때문이고' 라는 대사를 통해 더 명확히 표현되기도 합니다.
(3) <더글로리> 속 날씨
박연진이 극중 기상캐스터라서 그런지, 박연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박연진을 샅샅이 탐구한 동은의 대사에는 자연현상과 관련한 용어들이 참 많이 등장합니다. 이 용어들이 앞으로의 일어날 일이나, 인물들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소재로 기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대표적인 몇가지만 꼽아보자면
- '안개'의 삶을 살아온 문동은 : 흐릿하고, 축축하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동은의 삶
- '난동'의 삶을 살아온 주여정 :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 - 평생을 밖이 추운줄도 모르고 살았던 의사가문 금수저 아들
- 연진이 '백야'의 삶을 살 동안 '극야'의 삶을 살아온 동은 : 평생을 밝음 속에서 살아온 인물과,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온 인물의 극명한 대비
- '너울'을 통해 예고되는 동은의 복수 : '너울이 무서운 이유는 정확한 예보법이 개발되지 않아 예측이 어렵고 잔물결도 없이 잔잔하다가 일순간에 모든 걸 삼켜버리기 때문이야'
일 것 같습니다. 극 전반에 메타포가 많아서 그걸 하나씩 해석하고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지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장례식장은 왜 사세요?'라는 질문에 대해 '초콜릿을 먹고 싶으면 초콜릿이 들어있는 상자를 사야죠' 식의 화법은 조금은 비현실적이니까..ㅎ
Part 2. <더글로리>파트 2 내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
(1) 다양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
"근데 엄마,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아님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더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딸의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김은숙 작가는 다양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극에서 보여줍니다.
- 끊어낼 수 없는 핏줄을 결국 자신의 손으로 끊어내는 동은
: 모든 복수를 철저히 계획했던 동은의 복수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부정하고 싶은 자신의 어머니의 존재입니다. 어렸을 때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퇴를 할 때도 '부적응' 이라 적힌 사유서에 서명을 한 것도 어머니였고, 커서 연진에게 복수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동은을 학교에서 내보내는게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동은의 어머니입니다.
끊어내고 싶어도 끊어낼 수 없는 관계를 결국 동은은 '오직 자식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끊어냅니다. 정신병원에 어머니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보냄으로서, 이들의 질긴 인연은 일단락됩니다.
- 결정적 순간에 자식을 버리는 영애
: '이름에 ㅇ 들어간 애들을 멀리하라' 라는, 보살님이 연진에게 해주신 말을 기억하나요? 어쩌면 박연진의 가장 큰 적은 문동은도, 자신에게 결국 등을 돌리고 동은의 손을 들어준 하도영도 아닌, 너무나도 믿어서 의심할 생각조차 못했던 엄마 '홍영애' 였을지도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등장인물 중 이름에 ㅇ이 제일 많이 들어가네요.
모두가 연진을 떠나가고 믿을 곳은 오직 엄마인 영애밖에 없던 시점. 자신의 구원을 위해 영애는 딸을 배신하는 내용의 증언을 하고, 동은은 엄마가 딸을 배신하는 모습을 딸인 연진의 앞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는 현남
: 나왔다 주방장의 눈물버튼.. 위의 두 인물이 '마라맛' 부모였다면, 극중의 현남은 정말이지 엽떡의 계란찜, 포슬포슬 다쿠아즈, 보드라운 솜사탕입니다... 가정폭력으로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상황에서 딸을 끝까지 보호하고 사랑하는 장면에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았어요. 김은숙의 편지, 강현남의 명연기, 주방장의 눈물 이 셋의 만남 즐겁다....."나의 기쁨을 당신에게 보낼테니 부디 사랑을 주세요" 듣고 안 뭉클해지는 법 구합니다. 연락 주세요.
- 피 한방울 안섞였지만 끝까지 자식을 버리지 않는 도영
: 어떻게 사람이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하도영이라는 캐릭터는 '책임'이라는 키워드가 참 잘 어울립니다. 연진의 과거를 알고 나서도 쉽게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도, 예솔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을 알고 나서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예솔이를 버리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 모든게 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예솔이가 축구를 좋아하니 영국으로 유학을 함께 가는 (부럽다) 엔딩의, 이 드라마에서 드물게 '가족다운' 모습을 보인 캐릭터였습니다.
(2) 주여정샘, 다들 어떻게 생각해?
파트 2가 공개되고 나서 가장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극 중 주여정의 너무 달콤한 대사와 장면들이 아닐까 싶어요. 뭐.. 가령.. 퐁듀를 먹여주면서 "문동은 좀 먹이구요" 하는 장면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ㅎ 복수극이라는 장르물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너~무 상반되는 달달함에 '주여정 나오는 부분은 10초씩 스킵하면서 봤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본체인 배우 이도현도 '이게 장르가 언제부터 로코였나..' 하면서 촬영했다는 비하인드가 있다네요.
그래도 주여정의 달콤함은 극 전체의 흐름으로 봤을 때 타당한 달콤함입니다. 평생 사랑은 모르고 살았던 동은에게 여정은 지금껏 받아볼 수 없었던 사랑을 줍니다. 복수를 결심한 이후로 복수가 삶의 유일한 낙이었던 동은. 복수가 끝나고나자 삶의 목표가 없어지고, 죽음을 택하려는 상황에서 다시 동은을 돌려세운 것은 결국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을 평생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서 사랑을 이유로 다시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랑은 꽤나 달콤하고, 뚜렷하게 표현되었어야 될 것 같네요. 이런 이유에서 보면 '사랑꾼' 주여정의 면모가 이해가 가긴 합니다. (저도 빨리감기로 봤다는 점 ^^) 하지만!!! 퐁듀는 너무 과했다고 !!
(3) <더글로리>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것 중에 되찾을 수 있는게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의 영광과 명예 오직 그것 뿐이죠? 누군가는 그걸 용서로 되찾고 누군가는 복수로 되찾는 거죠 그걸 찾아야만 비로소 원점이고 그제야 동은후배의 열아홉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누군가는 신, 혹은 집안 배경으로 영광과 구원을 찾지만 피해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영광과 구원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야죠. 18년이나 늦었지만."
한여름에도 흉터를 가리기 위해 긴팔만 입고 다니던 동은이, 당당히 자신의 흉터를 드러내고 영광을 되찾기까지.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복수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 줄 사람이었을겁니다.
작년 <작은아씨들>이후로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네요. 또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와주길!
Part 3. 기타 더글로리 관련 여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