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두입니다 안녕하세요 주방장입니다.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다시 돌아와봤어요. 날씨가 부쩍 선선해졌습니다. 쉬거나 상할 염려 없이 재미있는 것들을 가득 모아 메일함에 쏘옥 넣어드릴게요. 좋아하는 만두를 오래 빚을 수 있도록 상반기보다는 조금 힘을 더 빼고 그만큼 더 즐겨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만두를 여러분이 받아보실 즈음엔 전 아마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 안일 것 같은데요. 4년만의 출국인지라 조금 들떴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들을 노래는 작년에 얻은 소중한 추천곡 중 하나였던 혁오밴드의 굿바이 서울. 조심히 잘 다녀와서는 섬머소닉 얘기도, 마스크걸 얘기도 해볼게요. 여러 기대로 가득 차 있는 8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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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셋째주 만두 주요 재료🥟
-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2부
- [인터뷰] <그레타 거윅이 나아갈 가장 먼 곳>
- [만두기행] 신사와 학동 중간, 평양면옥의 만두
- [음악] Wonderful life - Two door cinema cl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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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무코리타>, 꼭 볼 만두.
영화를 예매했다는 친구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그 어떠한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고, 나오코 감독의 이전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않고, 우연처럼 본 <강변의 무코리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영화는 주방장에게 결코 우연일 순 없다는 것. 저는 이런 영화를 좋아합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며 살자는 말. 주위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 다정하자는 말. 누군가에겐 '뻔한 주제의식'일 수도 있지만 주방장은 속수무책으로 이런 이야기에 번번히 꽤 큰 감동을 받습니다 .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키워드.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매개로 모인, '죽어가는' 사람들이 무코리타 하이츠에 모였습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하루를 사는 이들이지만 밥을 나눠먹고, 목욕물을 나눠쓰고, 텃밭에서 채소를 함께 기르면서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의지합니다. 폭풍우 치는 밤이면 함께 구구단 7단을 거꾸로 외우면서 이 밤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을 역설적으로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내 끼니를, 안부를 걱정해 주는 또 다른 사람들.
생각해보니 올해 여름에 영화관에서 본 첫 영화였습니다. 좋아하는 계절에 좋아하는 영화를 만나게 해 준 친구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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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얼간이들> 시즌 2, 반가울 만두🥟
중학생이었던 주방장의 도파민을 책임지는 것은 언제나 네이버 웹툰이었습니다. 마음의 소리, 놓지마 정신줄, 가우스 전자, 낢의 사는 이야기, 죽음에 관하여 등등.. 2012년도에서 2016년까지의 5년은 주방장의 생에서 제일 많은 웹툰을 봤던 5년으로 기록되곤 합니다. <선천적 얼간이들>도 당연히 그 중 하나. 그땐 가스파드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재밌다고 열심히 봤었던 중학생이었는데.. (숙취가 뭔지도 모르는 중학생이었는데...) 10년이 지나,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게 읽히는 2*살이 되었습니다.
시즌 1의 연재가 종료된 지 10년이 지난 2023년, 아주 골때리게 1부 후기로 돌아온 가스파드 작가가 무척 반갑습니다. 함께 나이를 먹어버린 만큼 얼마나 더 골때리고 재밌을지 이번에도 기대가 됩니다. 간만에 네이버 웹툰을 자주 들어갈 이유가 하나 생겼습니다. 링크는 바로가기를 눌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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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타 거윅의 인터뷰, 읽어 볼 만두🥟
영화 <바비>의 감독 그레타 거윅. 코스모폴리탄과 한 인터뷰에서 감독의 입으로 말하는 <바비> 얘기도 무척 맘에 들었지만 '불확실성'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너무 좋아서 여러분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인터뷰 전문도 링크 달아둘게요.
Q. 당신은 무엇을 믿나요?
A. 인간으로서요?
Q. 인간으로서, 혹은 창작자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A. 오! 이건 정말 거대한 질문이네요.(웃음) 저는 불확실성, 그리고 아직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을 매우 깊게 믿고 있어요. 물론 알 수 없는 것,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장처럼 불안하고 불편한 느낌을 주죠. 우리는 늘 누군가가 우리에게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길 바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이자 창작자, 그리고 불확실한 인생을 앞에 둔 한 인간으로서 이러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불편함을 믿어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오, 다시 그 불확실성을 마주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죠.(웃음) 3~4년간 한 프로젝트에 매진하는 동안, 그 불확실성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을 채워줘요. 그리고 끝나면 또다시 새로운 불확실성이 여전히 제 앞에 도사리고 있죠.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저는 거기에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나아갈 수 있어요.
불안함을 온몸으로 껴안고 그 안에서 재미를, 다음을 발견하는 그레타 거윅. 님도 그럴 수 있기를 주방장이 항상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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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기행] 평양면옥의 만두
실로 비범한 만두입니다. 반 접시를 시키면 딱 3개 나오는 튼실하고 윤기나는 만두. 조심히 간장을 올려 한 입 크게 베어물면 아삭한 숙주와 담백한 돼지고기가 입에서 잘 어우러집니다. 이런 만두라면 10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마구마구 드는 만두. 질리지 않을 담백함이 매력적인 만두. 평양냉면집이지만 한번쯤은 눈 딱 감고 (평냉아 미안해!!) 만두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시켜서 만두에만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평양면옥의 만두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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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derful Life - Two door cinema club, 들어볼 만두
님은 한 노래를 질릴 때까지 반복해서 듣는 편인가요, 아니면 질릴 세라 조심히 아껴 듣는 편인가요. 주방장은 전자입니다. 그 시절이 어떤 노래로 기억될 수 있을 만큼 원없이 반복해서 듣습니다. 올해 6월은 그런 식으로 에이티즈가 스쳐 지나갔고... 7월은 Nothing But Thieves의 Tomorrow is Dead, Overcome으로 기억되며... 8월은 Wonderful Life를 통해 기억하기로 정했습니다.
'Take back your wonderful life, the more the life to love much better / we say it all of the time, the time is now, it's now or never / We all get it wrong, so don't stay mad for long, or it's a lonely little lifetime'
'그럴 수도 있지'로 애써 쌓아올린 마음이 다시 약해질 때면 항상 이 노래를 한 곡 재생으로 들었습니다. 약해진 부분을 사랑과 다정함으로 마저 채우려 노력하다 보니 8월도 절반이 다 지나있었습니다. 이젠 님께도 이 노래를 작은 위로 그리고 큰 사랑과 함께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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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만두에 체하진 않으셨겠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게 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소중한 계절에 부지런히 산책을 하고, 부지런히 캔맥주를 드시길 바랍니다.
다음주는 미리 예고하자면 재료 수급을 위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주방장의 과몰입 글이 꽤 길게 등장할 것 같습니다ㅋ 재료가 넘 치우치면 안될텐데.. 걱정스러운 만큼 돌아와서 열심히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균형을 좀 맞춰볼게요.
그럼 이번주는 여기까지.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주방장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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