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맛이 날 만두... 뉴스레터 <커리업>
커리업의 인터뷰는 뭔가 다릅니다. 이것이 기자의 필력? 커리업 홈페이지에서 <맨땅브레이커> 인터뷰를 읽으면서, 맨땅을 부숴가며 자신만의 길을 낸 인터뷰이도 너무 당연하게도 인상깊었지만, 자연스럽게 이를 기획하고, 조사하고, 진행하고, 써냈을 인터뷰어가 누굴까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던 것 같아요. 누군지 몰라도 이 인터뷰어는 '일'에 정말 진심인 사람일거야. 커리업을 운영하는 박지윤 기자에 대한 제 첫인상입니다. 조금 늦게 커리업의 뉴스레터를 구독한 편이지만, 이제는 3주에 한번씩 메일함에 찾아오는 커리업 레터를 누구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11월 16일 발송된 커리업 레터에서 특히 공유하고 싶은 부분은 의욕충전소 꼭지입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요즘 핫하죠. 커리어랩 박지윤 기자는 드라마 속 주인공인 간호사 정다은이 일을 대하는 태도에 초점을 맞춥니다.
" ... 그래서일까요. 다은이 후배 간호사인 들레(이이담 역)과 일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유독 마음에 남더라고요. 그는 들레샘에게 말합니다. 처음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라고. 그러나 이 일은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지는 일’이었다고. 그래서 (깊은 우울증을 겪고 난 후에도) 그만두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고.
실은 저도 다은과 비슷한 거 같아요. 셀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대로 저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닙니다. 도저히 못 하겠는 건 선택지에서 빼고, 그나마 오래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법한 일을 찾다 보니 지갑 사정에 맞춰 물건을 고르듯 택하게 된 직업에 가까워요. 근데 하다 보니, 이 일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이 일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 일도 저를 필요로 한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가며 자신의 쓸모를 발견한 다은과 닮아 있죠?
-중략-
전 한때 꿈이 없음 큰일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어린 아이만 보면 대뜸 답을 정해놓은 눈치로 ‘장차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묻는 어른들이 즐비한 곳에 자랐기 때문일까요. 제가 다 큰 어른이 돼서 꿈없이 7년을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원대한 꿈보다도요, 해보면서 조금씩 품게 되는 내 일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정말로 귀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더불어 꿈은 ‘단어’로 말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닌, 끝을 열어놓은 문장으로 이어질수밖에 없는 과정의 형태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도요."
김혼비 작가는 저서 <다정소감>에서 자신을 '미괄식인 인간'으로 소개합니다. '이를테면 OOO이 되고싶다. OOO가 되어야겠다. 같은 목표를 첫 문장으로 두고 그에 맞춰 정진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흥미와 처한 상황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연들을 따라서 시간의 보폭대로 걷다가 'OOO가 되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맞닥뜨리곤 하는 식이었다.' 박지윤 기자, 김혼비 작가, 드라마 속 정다은이 하고자 하는 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짜 '내 일'을 찾게되는 과정은 이렇듯 대체로 미괄식인 것 같아요. 시작은 사소한 흥미, 어떤 사소한 상황일지라도, 일을 하면서 조금씩 품게 되는 믿음은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일'의 형태로 쌓이게 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