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메타드림'의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메타버스가 우리 사회에서 트렌디한 키워드라고 소개된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주변에서 이에 동감하면서 메타버스를 활발히 사용하는 또래는 없었지 않나요? 제페토, 이프랜드가 나올 때 까지만 해도 주변 친구들이 이렇게 반응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본디>, 심상치 않습니다.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난 최근 입소문을 급격히 타서 7일 기준으로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그간 '흥, 메타버스 그거 싸이월드 미니미 꾸미기랑 뭐가 다른데?'라고 생각해왔던 2030 직장인들이 '오, 나도 본디라는 거 한번 해볼까?'를 외치면서 열심히 아바타를 꾸미고, 이를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직접 사용해보니 본디는 '제페토보다 쉬워서' 좋습니다 1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제페토는 막상 시작하니 화폐, 라이브 등등 관련 콘텐츠도 너무 많고 복잡하게 느껴져서 서둘러 발을 뺐었거든요. 관련 뉴스 기사를 보니 제페토는 '놀이'를, 본디는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를 표방했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주가 아니라 친한 친구들의 아바타를 구경하고, 친구를 맺은 사람들끼리 상태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의 기능을 모두 합친 새로운 메타버스 SNS말이죠.
그치만.. 과연 본디의 유행이 오래도록 유효할까요? 저는 사실 메타버스 산업에 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편입니다. 우리가 메타버스를 일상 생활에서 필수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려면 일상 생활의 필수적인 기능 중 일부가 메타버스로 아예 옮겨가야 진정한 필요성이 확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만의 부캐를 꾸미고 설정하는 부가적인 번거로움까지 더 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기꺼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남아버리면, 메타버스는 언제까지나 싸이월드 미니미같은 부가적인 존재로 일상 한켠에 자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감성의 아이템'같이 단기적인 흥미 요소 외에도 이용자들을 효과적으로 락인할 수 있는 구조적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본디가 현재 해결해야 할 가장 크고 중대한 문제인 것 같네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본디 초대장을 보다보니 한때 초대장을 받기 위해서 주변 친구들을 닦달했던 '클럽하우스'의 초기 모습이 생각났어요. 본디는 과연 몇 주 뒤에도 지금의 인기 상승세를 이어가서 우리의 삶을 메타버스 기반으로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클럽하우스처럼 몇주 뒤면 모두의 핸드폰에서 자연스럽게 지워져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